살다가 느낀 점 33) 온라인 제보의 부작용이 염려된다

살다가 느낀 점 33) 온라인 제보의 부작용이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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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가 발달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당했던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온라인 공간에 고발·제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익명 혹은 비익명으로 온라인에서 고발·제보하는 사례는 하루에도 꾸준히 여러 개씩 올라오고 있으며, 기사화 될만큼 심각한 사안이면 언론사 기자들이 이를 기사로 작성해 공론화하기도 한다.

온라인 고발·제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이 가져다 준 획기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이전에는 일상생활에서 황당하고 어이 없는 일을 겪어도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이상 이를 알릴 방법이 없었다. 혼자서만 억울해하고 화가 날 뿐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고발·제보가 여러 커뮤니티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면서 제보자는 더 이상 혼자 억울해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문제가 된 상대방을 함께 공격해주고 욕 해주는 든든한 익명의 아군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알려진 사연이 유명세를 타면서 잘못된 행동을 한 상대방에게서 결국 사과를 받거나 보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많이 들려온다.

차량 블랙박스가 일상용품으로 자리잡으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다른 운전자의 블랙박스로 언제든지 신고 당할 염려가 있듯이 비상식적이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온라인 상으로 제보당할 염려가 있기에 사람들이 최소한의 눈치를 보게 됐다.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온라인 제보의 일상화는 이점 못지 않은 부작용도 갖고 있다. 일단 온라인 제보가 지나치게 난무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적당히 부당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현장에서 당사자와 해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안하무인이라면 해결 방법이 없겠지만 세상에 노골적으로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장에서 해결할 생각은 전혀 없이 막무가내로 온라인 제보를 하고 보겠다는 생각이 과연 건전한 것인지 의문이다. 자기가 겪었던 모든 시시콜콜한 일들을 다 제보한다면 보는 사람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게 된다.

둘째, 온라인 제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이 있다. 정말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 온라인 제보로 하소연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과연 제보자가 정말 억울한 상황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제보가 많다는 점이다. 누가봐도 제보자가 딱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되는 사연도 있는 반면 오히려 제보자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사연도 있다. 이런 제보는 어린아이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자기가 당한 사소한 모든 일들을 일일이 고자질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아이는 고자질을 할 때 자기 잘못이 있는 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친구의 잘못만 고발한다. 온라인 제보들 중에서는 유아기적 고자질과 비슷한 성격의 제보들이 꽤나 있다.

셋째, 온라인 제보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온라인 제보자는 보통 자기에게 유리하게 사연을 전한다. 모든 팩트를 가감없이 다 전달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록 상대방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잘못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된다. 그러면 제보를 읽거나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분노하게 된다. 분노는 극단적인 판단으로 이어진다. 댓글 내용도 살벌해진다. 욕과 비속어가 난무해진다. 일례로 한문철TV를 보면 제보자가 노골적으로 ‘상대 차주 혼 좀 내주세요’, ‘상대 차주 욕 좀 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 한문철TV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전문가인 변호사의 식견으로 과실 판별을 정확히 해달라는 데 있다. 상대방을 애초에 맹비난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넷째, 온라인 제보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집중적인 여론 포화가 가해지는데 이건 정말 큰 문제다. 제보 이후 문제가 된 사람의 신상 정보가 털리는가 하면 그 사람이 운영중인 식당이나 차량번호가 공개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댓글창에는 비판을 넘어 비난, 인신공격, 욕설로 상대방을 헐뜯는 경관이 펼쳐진다. 사나운 하이에나떼가 초식동물을 포위해 일제히 물어뜯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잘못된 행동을 했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으면 그걸로 족하다. 그 행동 하나 때문에 불특정 다수로부터 욕을 먹어가며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도 무리를 이루면 사나운 행동을 하는 게 인간인데 하물며 온라인 공간에서는 공격성과 야만성이 더 활개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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