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느낀 점 21) 알고 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살다가 느낀 점 21) 알고 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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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얼마 전에 종종 가는 식당에 가서 삼겹살 정식을 사 먹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삼겹살 맛도 좋고, 반찬 종류도 많아 출출할 때 발길이 닿는 곳이었다. 밥을 먹던 중 식당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요식업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는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이 좀 충격적이었다.

원산지를 속여 팔면 최대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치나 깍두기 정도는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곳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근처 식당에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몇 군데를 본인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삼겹살도 중국산이고, 김치도 중국산이라는 거 손님들이 물어보시면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라고 덧붙였다.

내가 그 식당 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먹은 적 있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알지 못할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설렁탕은 조미료가 들어가는 순간 설렁탕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사장님 말로는 본인도 설렁탕 장사를 했었는데 설렁탕이야말로 정직하게 제대로 만들면 가장 만들기 힘든 음식이라고 했다. 엄청난 양의 사골을 몇날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우려내야 깊은 맛이 나는데 작정하고 그렇게 하면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가스비가 많이 나와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너무 안 좋다보니 설렁탕 장사를 접으셨다고.

식당음식이나 배달음식이 좀 믿음이 안 간다는 생각은 늘상 하고 있었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 보니 알고 나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만든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음식이 속임수 없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졌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모든 음식에 대해 정확한 원산지, 조리과정, 위생환경 등을 일일이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사장님이 마지막에 했던 얘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는 “그래서 자영업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른 식당에 가서 밥 못 먹어요. 다른 식당들이 어떤 속임수를 쓰고, 어떤 사기를 치는지 다 알거든요. 뻔히 다 보여요. 믿을 수가 없어요”

속고 속이는 세상이라지만 최소한 원산지 표기의 진실성에 대해서 만큼은 보다 더 철저한 관리 감독 및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나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없다지만, 적당히 속아주면서 먹어준다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에 도가 지나친 사기나 장난질을 하는 곳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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