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느낀 점 17) 인간은 추억에 집착한다

살다가 느낀 점 17) 인간은 추억에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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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인간은 과거 기억과 추억에 집착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현재에 충실한다든가 미래지향적이 되기보다는 과거회상적으로 변한다. 혹시 현재에 충실하거나 미래지향적이라고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과거를 자꾸만 떠올린다.

이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흔한 실제상황들이 있다.

가족, 친척들이 모인 명절을 생각해보자. 각자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미래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밖에 말하지 않는다. 대신 어릴 때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과거에 벌어졌던 기억에 남는 일들, 때로는 시시콜콜한 과거사들이 연이어 회고된다. 이번 설날에 했던 과거 얘기들을 다음 추석에 되풀이한다. 이렇듯 과거 일들과 추억이 끊임없이 소환되는 대표적인 때가 명절이다.

남자들이 모여서 군대 이야기로 떠들썩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군생활은 이미 지나간 과거 이야기다. 재밌는 건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군생활은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대 이야기를 꽃피우며 과거로 돌아갈 때는 이야기 소재와 경험담이 무궁무진하게 피어오르면서 깔깔 웃고 떠든다. 그렇게 악몽 같던 군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미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초중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과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학창시절 때 있었던 일들을 어떻게 그리 잘들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친구를 매번 만나도 매번 동일한 소재가 입에 오른다. 대부분 과거 이야기다. 과거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인간은 꿈에서도 현재나 미래보다는 과거를 자주 본다.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꿈도 있는가 하면 과거가 조금 혹은 많이 왜곡되어 재현되는 꿈도 있다. 옛날로 되돌아 간 꿈을 꾸면 대부분 설레고 기쁘고 믿기지 않는다. ‘아, 꿈에 그리던 과거 재현이 드디어 왔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그러다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오면 허탈하고 허망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과거 노래 영상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과거지향적인 존재자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조회수가 높은 과거 유명 노래 영상들이 있는데 댓글을 보면 대부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내용들이다. ‘저 시절에는 낭만이 있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니 학창시절이 떠올라 아련하다’, ‘요즘은 왜 이런 노래가 안 나올까’, 심지어 ‘옛 추억과 사랑이 떠올라 한참 울었다’는 댓글도 종종 보인다.

인간은 추억에 집착한다. 어쩌면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추억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은 과거 추억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때 완전히 다른 종류의 희열과 애틋함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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