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느낀 점 27)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살다가 느낀 점 27)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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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내 첫사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반 배정을 받은 첫날 훤칠한 키에 일본 여고생들이 주로 신는 루즈 삭스를 착용하고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첫 눈에 반했다. 그 전에도 반에서 좋아하는 여자애가 한 명씩 꼬박꼬박 있었지만 걔를 보는 순간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내가 저 아이와 사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몇날 며칠을 보냈다. 두근거리고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 큰 나머지 같은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와 대화도 거의 하지 못했다. 누가 먼저 고백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의 친구를 통해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전해들었을 때 한없이 기뻐했다는 것 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르며 동네를 뛰어다녔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남몰래 교제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지 못했다. 짧게 만나서 커플링을 서로 교환하고 헤어지거나 같이 나란히 걸으면서 어색하게 몇 마디 주고받을 뿐이었다. 너무 좋은데도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대신 펜팔을 주고 받았는데 펜팔을 통해서는 서로 많은 내용의 글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이따금씩 첫사랑이 떠오를 때가 있다. 겉으로 좋아한다는 표현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늘 만날 때마다 어색했지만, 오히려 그래서일까 첫사랑은 내게 지금도 순수하고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

첫사랑을 가끔 떠올리는 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기억한다. 아니, 잊지 못한다. 한국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첫사랑 모티브는 모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끝내 최후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어떤 장애물도 첫사랑 앞에서는 굴복하고 만다. 이는 사람들이 첫사랑을 얼마나 황홀하고 강렬한 감정으로 여기는 가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난생 처음 느껴 본 감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은 보통 학창시절에 만나게 되는데 미성년자가 느끼는 첫사랑의 설렘은 남다르다. 어떻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좋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성인이 돼서도 사랑에 빠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겠지만 어렸을 때 느꼈던 첫사랑의 감정만큼의 강렬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또, 첫사랑은 순수하게 사랑했던 기억이기에 더 가슴에 새겨진다. 성인들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상대의 조건을 따지게 된다. 연애가 아닌 결혼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연 결혼한 사람들 중에 순수한 사랑만으로 배우자를 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첫사랑은 다르다. 어릴 땐 조건 같은 거 모른다. 순수하게 상대방이 좋아서 사랑에 빠지는 거다. 첫사랑은 희고 깨끗한 도화지 같이 순수하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그려졌던 첫사랑의 모습이 대중들의 가슴을 적시고 공감을 받았던 이유도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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