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부르는 게 값’… 전셋가·매매가 거의 같아지거나 웃돌아, ‘깡통 전세’ 우려

수도권 아파트 ‘부르는 게 값’… 전셋가·매매가 거의 같아지거나 웃돌아, ‘깡통 전세’ 우려

Posted by 이인후 기자([email protected]) on in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실 계약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를 넘어 100%에 유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고,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불과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경기도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기가 막힌 상황까지 벌어졌다.

취득세와 등기비 등을 내야 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전세를 구할 바에야 그 돈으로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나은 셈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우 지난 1월 전세 계약건은 3건이었던데 반해 매매 건수는 10건에 달해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도 전 주택형을 통틀어 지난달 전세계약 건수(9건)보다 매매건수(10건)가 더 많았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 매매가격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웃돌기까지 하는 전세 계약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는 ‘깡통 전세’ 문제를 야기시켜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전세가격이 2억원 안팎이었던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아파트 전용면적 59㎡의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000만원으로 2달 사이에 무려 4000만원이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900만원으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불과 900만원 밖에 나지 않았다.

전세가율도 96.4%로 지난달 성북구의 평균 전세가율(73.4%)을 2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또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초 최고 3억3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 실거래 가격은 3억4000만원으로, 전세가와 매매가의 가격 차가 불과 1000만원이었다.

또 해당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과 무려 3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1차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6일과 14일 각각 2억9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지난달 매매가 3억1650만원의 91.6% 수준으로, 가격차도 2650만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에서는 아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화성시 병점동 한신아파트 전용 60㎡ 전세는 최고 1억7000만원으로 계약이 이뤄져, 같은 달 매매가격 1억6900만원보다 오히려 100만원이 높았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199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개별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곳이 속출하고 있다.

고양시 화정동 옥빛주공15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전셋값이 1억7500만원으로 같은 달 거래된 매매가(1억9900만원)의 88%에 달했고, 수원시 권선동 대원신동아 60㎡도 지난달 전셋값(1억7500만원)이 매매가격(2억원)의 87.5% 선이었다.

이런 아파트들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상황이 나타남에 따라 일명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값에 육박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집이 경매 등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부동산114 김은선 과장은 “최근 전세난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으로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한 동안 외면받던 보증부 월세까지 물건이 달릴 정도”라며 “매매가에 육박하는 고가 전세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으므로 계약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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