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칼럼] “이 어둠의 자식이 곧 나의 자식이다”

[육아 칼럼] “이 어둠의 자식이 곧 나의 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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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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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힘든 농사가 ‘자식농사’ 라는 웃지 못할 말이 있다.

어떤 자식이든 간에 자식은 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만 자라지는 않는다. 공부를 곧잘 하는 모범생이지만 사교성이 떨어지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 친구들은 많지만 공부를 안하고 말썽을 피우는 자식도 있다. 부모들은 이런 자식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내 자식이 저럴 수 있을까’ 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자식들의 머리가 커 가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심각한 것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올바로 자라기를 염원하는 자신의 진심을 자식이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나 부모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식의 잘못이 오로지 자식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부모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주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역정을 내며 펄쩍펄쩍 뛰는 것이 솔직한 부모의 모습이다. 부모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식에게로 옮겨갔으니 부모는 사실 크게 할 말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폭풍우>를 보면 왕이 혐오스러운 칼리반을 향해 “이 어둠의 자식이 바로 나의 자식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자식의 거울 속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바로 그 곳에 있다. 그러나 인간의 자의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서 저항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고 마는 것이다.

자식의 어두운 인격을 제대로 다루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그것과 진실되게 마주하는 일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는 자식의 어두운 면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어두운 그림자에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힘든 일이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다보면 좋지 못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 나쁜 감정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이 느껴질 때, 자식이 성가시게 굴 때, 자식으로 인해 부모의 고된 희생이 뒤따를 때 자식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들이 싹튼다.

부모는 분명 자식을 사랑하지만 때에 따라 순식간에 그것이 분노의 감정으로 변하기도 하고,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 가운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부모는 인간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분열로 가득 찬 존재인지를 서서히 깨달아가게 된다. 자신(self)이라는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부모는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때문에 어두운 그림자 인격은 소중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림자를 대면한다는 것은 자신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귀중한 통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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