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신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신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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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빌리지’(The Village)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식스센스로 유명한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으로,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가 프리뷰의 주 내용이 아니므로 자세히 쓰진 않겠지만, 사실 이 곳에 모여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회의 썩은 부분(살인, 강도 등)에 의해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더 이상 이러한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세상과 떨어져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선도, 정의도 없다는 절망감으로 세상(죄)과 단절된 유토피아를 만들었지만, 영화는 잔인하게도(?) 이 곳에서조차 비극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고통도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뜬금없이 빌리지 이야기를 꺼낸 것은, 4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오두막'(The Shack)을 보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장르도 내용도 다르지만, 두 영화는 모두 ‘악’과 ‘인간의 고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빌리지가 “고통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서 그쳤다면, 오두막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물론 신앙 안에서 말이다.

영화 ‘오두막’은 윌리엄 폴 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사랑과 용서’에 대해 그리고 있다. 사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용서라는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쉽게 오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 신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하나님은 왜 악을 내버려두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독교 신앙을 반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혹시 영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공격적으로(?), 혹은 기독교 우월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지는 않았을까 조마조마했지만,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의 전능성과 사랑의 속성을 훼손하지 않고 질문들에 대해 따뜻하게, 그리고 깊이있게 대답하고 있다.

영화는 가족 여행 중 사랑하는 막내 딸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게 된 남자 맥(샘 워싱턴)의 이야기이다. 가족 여행 중 맥의 막내 딸 미시가 유괴되고, 경찰은 버려진 한 오두막에서 아이들만 노리는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미시가 잔혹하게 살해된 증거를 찾아낸다. 그로부터 4년 후, 슬픔 속에서 살아가던 맥은 ‘파파’라 부르는 하나님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하나님은 맥을 그의 딸이 살해된 오두막으로 이끌고, 맥은 이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영화에는 삼위일체의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 인간의 형태로 출현하고, 맥은 이들과 길고도 심오한 대화, 때론 격렬한 토론을 나눈다. 이들은 삼위일체이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대해, 선과 악에 대해, 사랑과 용서 등에 대해 알려준다. 영화를 쭉 따라가다 보면 결국 깨닫게 된다. 하나님은 정말 선하신 분이고 악의 피해자라는 것, 그분을 떠나서 사는 삶은 너무도 허망하다는 것, 궁극적으로 그것이 고통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깊이 와닿았던 부분은 예수님의 대속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영화 초반부에서 주인공 맥은 막내딸에게 한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족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이들이 죽게 되고, 부족의 예언자는 추장의 딸이 희생하면 전염병이 사라질 것이라 예언한다. 이 말을 들은 추장의 딸은 자신이 희생하기로 마음을 먹고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마을에는 전염병이 그치게 된다. 이야기를 듣고 딸이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왜 추장의 딸은 죽을 수 밖에 없었어?” 그러자 아빠는 대답한다.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니라 희생하기로 ‘선택’한거야. 딸은 부족 사람들을 정말 사랑했거든.”

위의 이야기가 예수님의 입장에서 본 ‘대속’이라면, 하나님의 입장에서 말하는 ‘대속’에 대해서도 나온다. 인간으로 형상화된 지혜와 주인공 맥이 동굴 속에서 대화하는 장면인데, 이것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예수님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절절한 사랑을 전율적으로, 그리고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인생에서 요동치는 폭풍을 만났거나 참된 치유와 사랑의 존재를 찾는 사람이라면, 맥이 오두막에서 만난 성부, 성자, 성령의 하나님을 만날 것을 적극 추천한다. 그분은 선하시고, 우리의 고통 가운데 함께 하시며 함께 눈물 흘리신다. 또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로 ‘선택’하시고 그 질고를 기꺼이 감내하셨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그리고 성령님은 우리의 상처난 마음을 싸매시는 분이다. 영화에는 맥이 사라유(성령)와 함께 정원을 가꾸는 장면이 나온다. 아름다운 꽃과 잡초들이 규칙없이 피어있는 그 곳을 사라유는 “맥의 마음의 정원”이라고 알려준다. 맥과 사라유는 이 곳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새로운 씨앗을 심을 준비를 한다. 진정한 치유는 쓴 뿌리를 걷어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때론 그 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을 거쳐야 진정한 치유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원작 소설의 표지에는 ‘비극과 영원이 만나는 곳, 오두막’ 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주인공에게 오두막은 비극의 장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하나님을 만난 장소 역시 오두막이다.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노라는 간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앙의 여정 가운데 만나는 비극은 더 이상 비극이 아닌 ‘영원’이다. 하나님을 기뻐하고, 그분의 영원한 사랑 안에 거하는 참된 삶으로의 초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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