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무명의 골퍼’ 제임스 한, 노던트러스트 오픈서 생애 첫 우승… 신발가게 점원의 감동 인생 역전

[PGA] ‘무명의 골퍼’ 제임스 한, 노던트러스트 오픈서 생애 첫 우승… 신발가게 점원의 감동 인생 역전

Posted by 이인후 기자([email protected]) on in

제임스 한(34)이 연장전 끝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에 이민해 명문대인 UC버클리를 졸업하고 프로 골프에 뛰어 들었지만 생활고로 인해 프로 선수 생활을 중단했다가 PGA 정상 등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발가게 점원 등으로 일하고 해외 투어와 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돌면서 수 없이 눈물과 땀을 흘린 끝에 거둔 값진 첫 우승이었다.

제임스 한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3년 프로에 발을 디딘 이후 첫 우승이었다. 이전까지 PGA 투어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3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것이었다.

그의 골프 인생 만큼이나 이날 우승에 이르는 길도 길고 험난했다.

제임스 한은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6언더파 278타로 폴 케이시(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간 뒤 3차 연장인 14번홀(파3)에서 짜릿한 버디를 잡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4000만원)를 거머쥐었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도 8위로 단숨에 올랐다.

2차 연장에서 케이시가 먼저 탈락한 뒤 PGA투어 통산 8승의 존슨과 벌인 3차 연장전에서 제임스 한은 8m 가까운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4m 거리의 버디 퍼티를 놓친 존슨마저도 꺾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제임스 한(세계랭킹 297위)은 이번 우승으로 오는 4월 개막하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2016-2017시즌까지 출전권을 확보했고, 출산을 앞둔 아내와 아이에게도 뜻깊은 선물을 했다. 제임스 한은 딸 출산예정일을 3주 앞두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씹으며 와신상담한 끝에 마침내 들어올린 뜻깊은 우승컵이었다.

한국명이 한재웅인 제임스 한은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에 부모와 함께 이민을 가 샌프란시스코 인근 오클랜드에 정착했고, 네 살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9세 때부터는 본격적인 골프선수로 나서서 12세 이전 주니어대회에서 20차례 이상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의 명문대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으며, 2003년 대학 졸업 후 프로로 데뷔해 약 3개월간 짧은 프로 골퍼 생활을 했다.

그러나 프로의 높은 벽은 넘지 못했고 통장 잔고까지 다 써 버리는 바람에 프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했고, 이후 2부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캐나다 투어 등을 전전하면서 가끔 PGA 투어에 참가했다.

2007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08∼2009년에는 캐나다 투어에서 활동했다. 2009년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미국 PGA 2부 투어인 내셔널와이드 투어 출전권을 따내면서 꿈의 무대인 PGA 진입을 노렸다.

이 과정에서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2012년 렉스 호스피털 오픈에서 1위를 했고, 캐나다 PGA 투어에서는 2009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2년 2부 투어 웹닷컴투어 상금랭킹 5위에 올라 2013년 PGA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그해 대학 때부터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도 했다.

제임스 한은 올 시즌 초반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1월 휴매너챌린지에서 공동 4위를 차지했고, 이달 초 피닉스 오픈에서도 톱10에 진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침 내 6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무대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PGA 정상에 오르기까지 제임스 한은 계속 프로 골퍼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백화점 구두가게에서 신발 판매·유통·고객 응대 업무를 하며 돈을 모으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리치먼드 골프장에 있는 골프용품 매장에서 골프용품을 팔기도 했다. 캐나다투어 당시에는 골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묵던 호텔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7년 한국으로 건너와 3년 만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지만, 1년 동안 9개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이 고작 818만원에 그치는 등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시드를 잃은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캐나다 투어, 2부 투어 등을 돌면서 PGA 우승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실력보다 2013년 피닉스 오픈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는 이벤트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임스 한은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2010년 오클랜드 어린이 병원 로고를 달고 활동하며 버디를 잡을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하는 선행을 펼치기도 했다.

제임스 한은 경기 후 CBS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놀랍다”며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감격에 벅차했다.

그는 “함께 경기하는 선수 중에 나를 존 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 대회에서 우승할 줄 몰랐는데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이뤘지만 나는 여전히 무명”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또 “대회 우승보다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분된다”며 “오늘 이후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따뜻한 가장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돈을 버는 것은 언제나 좋다”며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앞으로 몇 주일간 기저귀를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딸의 이름을 ‘리비에라(골프장 이름)’로 짓는 것을 아내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PG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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